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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안 다니는 첩첩산중 산골이랍니다. 아침마다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날 수 있는 축복받은 땅이지요. 가끔은 너무 시끄러워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도 하지만요. 오늘도 참새들의 수다스러운 지저귐에 잠을 깨어 마당에 나가 보니 천정 밑에 제비가 집을 짓느라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네요. 예전에는 제비가 참 많았는데 요즘은 보기 어려워져서 너무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마저 듭니다.
하루에도 몇 번 제비의 움직임을 살펴본 결과 아침 6시 즈음 일어나서 저녁 6시까지 동네 사방을 날아다니며 입에 흙과 지푸라기를 물고 와 암수 한 쌍이 교대로 집을 짓더라고요. 약 보름 정도를 성실하게 일해서 아래와 같은 멋진 집을 완성해냈네요. 사람이 지었더라면 빨리는 지을 수 있어도 제비처럼 튼튼하게 짓지는 못했을 거예요. 우주의 신비로움을 여기서도 느낍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숙면을 취하는 제비 한 쌍 이랍니다. 재미있는 건 암컷은 항상 둥지에 들어가고 수컷은 전기 줄 위에서 불편하게 잠을 잡니다. 각자의 정해진 숙명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 둘의 희생에 경건한 마음마저 듭니다.
마당을 돌아 집 뒤로 돌아가 보니 벽돌 구멍에 메추리알 크기의 알을 어떤 새가 낳아 놓았네요.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에요. 개개비라는 새를 아시나요? 개개비의 알입니다. 개개비와 오늘 이야기할 뻐꾸기는 라이벌의 관계에 있답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뻐꾸기는 왜 여름에 그렇게 울어댈까요?
보통의 새들은 짝짓기를 위해 봄에 많이 운다고 해요. 그런데 유난히 여름이 시작될 무렵 뻐꾸기는 울어대죠. 지금도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있답니다.
뻐꾸기는 신기하게도 개개비의 집에 자기 알을 낳는다고 해요. 왜 자기 집을 안 짓고 남의 집에 자기 알을 낳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지만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함을 알게 된 것이겠지요. 뻐꾸기의 알 색깔도 개개비와 비슷해서 미처 개개비가 모르고 키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개개비가 똑똑하면 눈치를 채고 알을 밀어내 버리거나 먹이를 주지 않아 굶어 죽게 하기도 한다니 둘 사이는 어떤 인연인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실제 양육하지 못하는 뻐꾸기는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내가 너의 엄마, 아빠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이야기해주고 싶겠죠? 그래서 알이 부화해서 성장을 시작하는 여름에 유난히 뻐꾸기 소리가 많이 난다고 해요.
뻐꾸기 소리에는 그리워도 만나지 못하는 모자간의 애틋한 한이 서려있으니 제게는 구슬프게 들렸던가 봅니다.
뻐꾸기의 살림살이가 나아져서 언젠가는 함께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개개비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몰래 먹이라도 전해주고 와서 둘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여름 초입의 뻐꾸기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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