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현재라면 황희찬은 미래다.
꽃으로 비유해서 손흥민이 자신의 잠재력을 만개했다면
황희찬은 꽃망울(아직 피어나지 않은 상태로 개화에 가까이 간 꽃의 상태)이다.
그래서 손흥민을 바라보면 눈부시고 황희찬을 보면 두근거린다.
그 미래가 너무 기대되기 때문이다.
황희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준비하던 당시
슈틸리케호의 명단이 공개됐다.
올림픽팀 주축 공격수였던 20살의 황희찬은 그렇게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2016년 8월의 일이었다.
그동안 꾸준하게 부름을 받았던 황의조를 대신해서 깜짝 발탁되었기에
더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황희찬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수준 높고
꾸준한 경기력에 확신을 갖고 역습에 능한 황의조 보다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도 기술과 스피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황희찬을 발탁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황희찬의 국가대표에서의 전반전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했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기 시작했고 말레시아팀과의 경기에서
악수를 거부하거나 키르키스스탄전에서 경기 중 사포를 시도하기도 하면서
여론과 축구팬들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나 역시 그 당시 황희찬의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패스의 결이 고르지 못하고 투박하며 공격수로서 세련되지 못한
골 결정력이 주된 이유였다.
당시 황희찬은 대다수 팬들의 눈밖에 난 선수였다.
그의 아래 인터뷰가 당시의 황희찬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집중했는데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는 에너지가 넘쳤지만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그러나 황희찬은 굴복하지 않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일본전 골이 한국을 놀라게 했다면 아래 장면은 세계를 놀라게 한 장면일 것이다.
세계최강 리버풀의 최고 수비수 반다이크(맨체스터시티의 경기에서 가브리에우 제주스에게
무려 65경기 만에 드리블을 허용한 것이 유럽 스포츠신문에 도배됐을 정도로
그의 수비력은 정평이 나 있음)를 믿기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기술로 따돌리고
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그의 눈부신 기록들도 리그 자체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황희찬이 보여준 성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예전에 내가 알던 거칠고 투박한 황소가 아니었다.
황소가 부드럽고 빠르다.
그래서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왜 내가 황희찬의 기술에 놀라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미 정규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천재로 불리던 황희찬은
고교시절부터 프리스타일 축구 연구가JK전권(JK 아트사커 아카데미, 2010년 세계 프라스타일
챔피언십 준우승)을 찾아가 개인적으로 과외를 받았다고 한다
(황소감아차기 기술이라고 근래에 회자되고 있음).
심지어 유럽무대 진출 후에도 찾아가 기술을 갈고닦는다고 하니
사실 이런 경우는 결코 흔치 않은 경우로 당시 화제가 많이 되었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체득된 기술은 실전인 아시안게임에서의 프리킥 골과
리버풀 전 반다이크를 돌파하는데 그대로 쓰여졌다..
내가 국가대표팀으로서 황희찬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섬세함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그
에 대한 내 판단이 잘못된 이유는 황희찬은
늘 위기를 반성과 훈련으로 극복하는 선수였다는 점이다.
그는 진보하는 선수,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섬세한 황소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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